속초의 실향민 문화

속초의 문화상징 50선 - 곰삭은 손맛 젓갈

5,630 2017.03.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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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젓갈은 『세종실록』에 명나라 사신에게 올렸다는 기록이 나올 만큼 예로부터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속초의 대표적인 젓갈은 명란과 창란, 오징어젓갈인데 지금은 명태가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된 것이지만, 60~70년대 속초는 명태의 주산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 당시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명태를 때기는 아녀자들이 어판장과 항구를 가득 메웠다. 아녀자들은 생태의 알, 창자, 아가미를 떼어내 싸리나무에 꿰는 품삯으로 창자와 아가미를 받았다. 그러고는 창자와 아가미로 젓갈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거나 전문수거꾼에게 팔아 생계를 이었다.

  젓갈전문기업이 이런 아낙네들의 손길을 기초로 생겼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명란과 창란은 모두 반찬용 젓갈로 장기간 보존할 수 있어야 하며, 밥맛에 맞도록 짜고 맵게 만든 것이 많다. 반찬용 젓갈은 발효․숙성기간이 길다. 소량의 젓갈로 많은 양의 밥을 먹으면서 생기는 영양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젓갈의 염분을 낮추고 여러 종류의 다른 반찬을 많이 먹어야만 한다는 식생활개선의 계몽이 1940~1950년대에 있었으며 그 결과 젓갈의 저염화 경향이 생겨났다고 한다.

  명란젓은 명태의 알집을 염장, 발효해 만든 젓갈이다. 속초지역은 명태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다. 그중 명란젓은 짠맛, 구수한 맛과 연분홍 살색이 특징이다. 명란젓은 여러 가지 양념으로 조미해서 밥반찬으로 먹는다. 요즘은 저염도(8%)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창란젓은 명태의 창자 부위를 염장하여 발효시킨 젓갈이다. 아가미로는 아가미젓을, 창자는 창자젓을 담근다. 창란젓을 담글 때 생태 창자만으로 담그는 것이 질이 좋은 젓갈이 된다. 오징어젓갈은 오징어를 소금에 절였다가 고춧가루, 마늘, 생강, 물엿으로 무친 것으로 밑반찬에 좋다.

   속초의 명란과 창란, 오징어젓갈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함경도식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직후 피난 온 함경도 사람들이 청호동에 정착하면서 생계를 잇는 주된 방법이 고기잡이와 덕장, 함경도식 먹을거리 판매였다. 고향 함경도에서 익힌 손맛을 싱싱한 속초의 원재료에 가미하다보니 다른 지역의 젓갈에 비해 특유의 맛을 지니게 됐다.

   이젠 젓갈도 함경도식과 강원도식이 혼재돼 실향민들이 고향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애착의 정도와 인지의 문제에 불과하며 실제 2세대인 며느리와 손자․손녀들과 함께 살아가는 피난민 가족 중에서는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속초시는 젓갈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산업화하고 있으며 대포농공단지에 동해안젓갈콤플렉스센터를 개관해 젓갈산업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 속초의 문화상징 50선 (속초문화원, 2012년 12월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