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배의 추억

조도이야기

11,548 2008.07.3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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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추억시리즈13-조도(鳥島)

속초 앞바다에 서면 보지 말라고 해도 보여 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도이다. 독도가 한민족의 관심과 나라사랑의 애착이라면 조도는 속초사람들의 아니 아바이 마을사람들의 사랑받는 섬이다. 우리가 있기 전부터 있었던 조도, 수많은 영겁의 세월이 흘려도 언제나 거기에 있을 조도이기 때문이다. 서해안이나 다도해의 섬에 비하면 명함도 올리지 못하지만 속초 앞바다에 홀로 있기에, 희소가치가 있기에 소중한 섬이다. 외지 사람이든 고향 사람이든 바다사진을 찍을 때 조도를 배경으로 하지 않으면 사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필수적인 섬이다.
조도는 갈매기들이 많이 모여 생식하며 기거하는 섬이라 조도라고 부르며 자그마한 무인도이다. 조양동 속초해수욕장에서는 약 1.2km로 제일 가깝고 청호동 방파제에서는 속초해수욕장의 한배 반 거리(1.6km)에 있다.
동지 때면 조도를 중심으로 해가 남쪽에서 뜨고 한 여름이면 북쪽인 영금정 쪽에서 뜬다. 해 뜨는 기준이 바로 조도이다. 섬의 모양은 육지 쪽으로 생긴 봉우리가 해발 21m이고 뒤쪽은 약간 작지만 한 몸통 안에 두 봉우리로 되어 있다. 앞 봉우리 쪽은 키 작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군집하여 자란다. 파도와 바닷바람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것을 보면 그 끈질김을 배워야 한다. 바다 쪽 봉우리는 언제나 파도에 시달려서 나무도 나지 않고 깍이고 닳아버린 대머리 바위투성이다.

여름철 밤에 오징어 집어등이 밤바다에 수놓으면 역으로 섬 모습이 검은 윤곽으로 드러나는데 그 광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밤에 동네 산에서 일산 자유로의 양쪽과 서울 쪽 가로등이 비치는 것이 오징어 집어등처럼 착각할 때가 있다. 어느 날 집 사람에게 그 광경을 오징어 배의 불 같다고 하면 ‘출신은 못 말린다’ 고 한다. 자기가 살아온 삶의 배경은 이렇게 일생동안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조도 주변에는 수심이 10여미터로 굵은 바위가 깔려있어 고기와 해초가 풍성하다. 사시사철 고기들이 모이고, 4-5월에는 미역, 다시마, 봄에는 문어가 잘 잡히고, 겨울이면 배가 불룩하고 올챙이처럼 생긴 작은 수박만한 도치(오로시)가 잡힌다. 섬 주위로 삼망그물을 쳐서 잡는 이 멍청한 고기의 배는 알을 너무 많이 품어 욕심 많은 사장의 배와 같다. 동작도 느리고 배가 튀어 나오고 동작도 느린 사람을 청호동에서는 ‘오로시’라고 놀린다. 허기사 바쁘게 사는 아바이 마을 사람이 배 나올 틈이 어디 있는가? 이 고기는 아구처럼 살짝 되쳐서 양념을 넣어 먹기도 하고, 김치에 돼지고기를 넣고 물을 넣지 않고 알과 함께 끓이면 알에서 나온 국물과 돼지고기와의 조화가 맛이 되어 죽여준다.
굵직한 바위 안에 숨어있는 ‘돌 문어’, ‘꽃 문어’는 꽁치처럼 비린내 많이 나는 등푸른 고기를 이용하여 잡는다. 문어를 잡는 도구는 요즘에는 서해안처럼 문어단지(플라스틱)를 쓰지만 70년대에는 손수 도구를 만들어 잡았다.
그 도구는 낙엽 긁을 때 쓰는 쇠시랑처럼 굵은 철사를 5가닥 구부리고 각 철사마다 작은 낙시 3개씩을 묶는다. 손바닥 같은 등편에는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납작한 돌을 단다. 그 도구 손바닥 위에는 미끼를 달고 길고 가는 빨래줄을 묶은 뒤 20여미터씩 드리워 바다 밑을 살살 끈다. 문어가 미끼(고기들)를 보고 그 위에 살짝 올라 타 먹이를 먹으려다가 낙시에 걸리게 된다. 감각이 둔하면 바위에 걸린 것을 문어로 착각한다. 그때 막 당기다가는 줄을 끊어 먹는다. 동작이 늦으면 문어들이 자기가 잡힌 줄을 알고 바위에 달라 붙는다. 이때 당기면 문어는 목만 올라오고 다리는 바위에 붙은 채 찢어진 상태로 반타작이 된다. 상품이 못되는 것이다. 집에서 삶아나 먹을 수 밖에.... 지독한 놈이다. 갈기갈기 찢어져도 달라붙는 문어들....
인생이 그놈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면 끈질김이다. 잡을 때 요령은 줄이 묵직하게 당겨지고 고무처럼 늘어지면 문어가 문 것이다. 감각을 느낄 때 당기어 문어를 물위로 살짝 띄우면 된다. 그러면 제아무리 커도 묵직하게 끌러서 올라온다. 서서히 흥분하지 않고 당기다보면 붉은 기운이 보이기 시작한다. 배 가까이 오면 문어란 놈이 8개의 발을 다 펼치고 먹물을 쏘며 올라오지 않으려고 난리이다. 심장이 쿵당쿵당 거린다. 저 놈을 어떻게 배위에 올릴 것인가? 다 잡은 문어라도 배에 올릴 때 조심하지 않으면 배 밑바닥에 붙어 떼느라고 곤욕을 치른다.
한 때, 고등학교 졸업 후 벌이가 된다기에 문어 잡이를 한 적이 있다. 이른 봄에 동력선 한 채에 전마선(덴마)이 10여척 이상 줄줄이 매달려 바다에 나가면 그것은 문어잡이 배이다. 갑자기 부는 하늬바람과 파도를 이겨야 한다. 정말 고되고 힘든 작업이만 5-6관(7-8kg)되는 대형문어 올라오는 재미는 인생의 다른 성취감보다 더하다. 하루에 서너 마리씩 잡는데 수입이 꽤
된다. 막노동보다는 훨씬 낫다.

조도는 먼 바다에서 배를 타고 속초로 돌아오면서 제일 먼저 반기는 섬이다. 이 섬을 끼고 돌아야 안전항해이다. 바다 길이 그렇게 뚫렸다. 고기배가 만선의 기쁨을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올 때는 반가운 섬이요. 배에서 사고가 나서 들어올 때는 외로운 섬이다. 언제나 피곤한 뱃놈들.... 잠에 곯아 떨어졌더라도 조도 가까이 오면 선장이 ‘댕댕댕댕’ 가쁘게 종을 때려 선원들을 깨운다. 항구에 거의 도달했으니 도구를 챙기고 하선할 준비를 하라고.....

어떤 때는 오징어를 잡고 들어오면 배떼기(밭떼기의 대조 되는 말) 상인들이 아웃모터 배를 타고 마치 말레이지아 해역의 해적처럼 사방팔방에서 모여와 섬 근처에서 흥정을 하고, 섬에서 상인들끼리 서로 싸우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조도는 큰 상선이 청호동 백사장에 좌초 되었을 때 거기다가 쇠밧줄을 묶고 배를 더 이상 좌초시키지 않거나 좌초된 배를 끌어내기 위한 지지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 초딩시절, 상선이 백사장에 좌초되면 왜 그렇게도 좋아했는지.... 당사자들은 생사가 갈린 문제인데.... 촌놈이 언제 그렇게 큰 배를 보는가?

조도는 우리가 어릴 때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할 때 탁트인 바다에서 무언가 중심을 잡아주는 포인트요, 방향을 정해주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이따금 지금처럼 복(伏)날에 동네 어른들과 배를 빌려 조도에 상륙할 때가 있다. 상륙하면 더러는 잠수질해서 홍합을 딴다. 조도에 붙어있는 홍합은 크기가 10cm 넘는 자연산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장작개비에 불을 피워놓고 큰 가마솥을 걸고 닭을 삶는다. 닭을 삶아 갈기갈기 살을 발래어 놓는다. 소위 섭죽을 끓인다. 섭죽은 다름이 아니라 닭의 국물과 살에 홍합을 잘게 다져서 끓인 죽이다.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른다. 맛도 맛이지만 복날 활기 넘치게 하는 아바이 마을의 보양식이다. 어른은 그렇다하고 어린 놈이 어디에 쓰려고 그렇게 먹는지.....

어려서부터 조도를 볼 때마다 한번은 헤엄쳐서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검푸른 바다 파도를 보면 희망사항이지 자신이 없었다. 기회가 닿으면 가야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여름에는 그 예행연습으로 청호동 방파제에서 청호초등학교 앞까지 쉬지 않고 헤엄치는 것이다. 그 거리도 약 1.3km 이상이 된다. 얕은 데서도 완주하지 못하면 실제로 더 먼 조도까지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쉬지 않고 헤엄쳤다. 1시간 정도 걸렸다. 한참 쉬다가 다시 헤엄쳐 돌아왔다. 그러길 여러번 했다.

그런데 조도까지 수영으로 완주할 실전의 기회가 왔다. 학교를 졸업하던 여름, 사촌형 상근 형이 전마선(덴마)을 한척을 빌려왔다. 동네 여러 형들과 함께 조도로 헤엄쳐 가보자는 제안이었다. 물론 전마선이 뒤따르고.... 나를 빼 놓으려고 했다. 평소 몸이 약해 보여서인지 전마선의 노나 젖고 뒤를 따라 오라는 것이다. 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를 위해 숨은 노력을 했기에 헤엄을 치면서 가겠다고 했다. 솔직히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형들이 꽤 염려스러워했다. 그래도 고집을 피우고 헤엄쳐 간다고 했다.
방파제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좀 겁이 났지만 전마선도 있고 여럿이 가는데 설마 일이야 나겠는가 하면서 섬만 보고 헤엄을 쳤다. 물론 개구리 헤엄이다. 가다가 이따금 밑을 보면 검푸른 바다가 무서웠다. 바다 밑에서 누군가 발을 당기는 것 같은 공포도 생겼다. 더 놀라게 하는 것은 물이 빠르게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섬까지 거리는 가도 가도 끝이 나지 않고, 조금만 방심하면 방향이 비뚤어지는 것이다. 소위 조류가 흐르는 것이다. 어떤 때는 물이 갑자기 차가워진다. 혹시 상어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심장이 멈추면.... 다리에 쥐가 나면.... 괜한 걱정이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더한 것은 따라오던 전마선이 나를 앞질러가 눈에서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버림받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지금은 현실이다. 여기서 포기하면 죽는구나.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코앞까지 온 것이다. 형들이 야속했다. 내 고집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것 같았다. 조도의 중간 쯤 왔는데 돌아갈 수도 없었다. 가다가 죽더라도 꼭 가야만 한다. 살아야 한다. 아무도 없다. 그때 죽을 힘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가까운 섬이라도 물에서는 그렇게 멀리 보인다. 기진맥진 섬에 도착했을 때에는 의리없는 형들은 이미 도착해서 바위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고 있는게 아닌가? 안도의 눈물과 원망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조도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곳이다.

덩치 큰 아들이 수영을 좀 하지만 속초 앞바다의 검푸른 곳에서는 겁을 먹고 못한다. 그래도 아들에게 이 자그마한 무용담은 아버지의 자존심이었다.
‘아버지 저 섬까지 헤엄쳐 가 보진 적이 있어요...’
‘암! 갔었지’
‘울 아빠 대단해...’
속으론 ‘대단하긴 뭘 대단해 죽을 뻔 했는데’

오늘도 아바이 마을의 통곡과 애환, 해일로 인한 난리를 다 보아온 조도는 타향이나 고향에서 고생한 우리 친구들을 다 품어 주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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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섬님의 댓글

열 받으면 좃또가 되는  우리들의 섬 조도 . 그립다 . 그곳에서 섭죽을 끓여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