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관련자료

[신문기사]이별의 수법(와카타케 나나미).. '여탐정' 말고 그냥 '탐정'하면 안될까.. 하무라 탐정 시리즈..

33 2024.09.06 05:14

본문

#피부밑두개골#P.D제임스 여탐정 도서관에서 희망도서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매달 개인 한도 권수만큼 신청을 하기 때문에 어떤 책이 들어왔다는 건지는 톡을 열어봐야 안다. ;, P.D 제임스의 코델리아 그레이 시리즈 2탄이었다. 잊고 있었는데 1탄을 읽고 나서 바로 2탄을 신청했던 일이 기억났다. 그때가 5월이었나? 시리즈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달랑 2권짜리 시리즈라서 끝을 보기로 했다. ​첫 장을 읽어나가면서부터 이게 시리즈를 읽는 재미구나했다. 모든 에피소드가 전작과 이어지는 신나는 경험이랄까? 후일담의 경우는 상황 이해도 신속해진다. 여탐정 코델리아는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동업자 버니 프라이드의 자살 이후 탐정 사무소 일을 넘겨받게된다. 그러나 찾아오는 의뢰인들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탐정일이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말을 너무나 질리도록 들어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 와중에도 꿋꿋이 첫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긴 했으나 비극적인 결말로 인해 살짝 의기소침한 상태. 2탄의 서두에서는 그 이후의 탐정 사무소의 풍경을 간략하게 보여준다. 사무실 재정상 정식 직원은 두지 않는다. 사건 의뢰가 있을 경우에만 직업소개소에 파견을 요청하고 그 여탐정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파견을 나오는 사람과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요청에 그럭저럭 잘 적응하는 중에 나름대로 이 방면으로는 명성을 얻게 된다. (거의 이 일에 관해서는 전매특허를 내다시피 했다는 뜻) 하지만 여탐정의 자존심이 이런 일로 충족될 리가 없다. 진짜 사건에 대한 갈증이 차오를 무렵 그녀에게 제대로 된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여기서 잠깐 작가 프로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P.D 제임스는 영국의 대표적 추리작가이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딸에게 고등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는 아버지 여탐정 때문에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고 17세부터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결혼했으나 군의관이었던 남편은 전쟁에서 정신병을 얻어 돌아온다. 그 후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대신해 오랫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글쓰기는 30대 중반부터 시작했는데, 첫 소설은 그로부터 12년 후에 출간됐다. 그 이후 2014년 95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약 40여년 동안 총 서른 여권이 넘는 추리소설 및 여러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강철 의지가 이런 것일까. 원래 P.D 제임스는 ‘달글리시 총경 시리즈’로 여탐정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역경에 굴하지 않는 젊고 강한 여성의 캐릭터를 그리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여탐정 이야기는 피가 튀고 총알이 튀는 하드보일드 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아쉽게도 이 시리즈는 작가 생전 10년의 텀을 두고 딱 2권만 출간됐다. 비록 작가가 그린 가상의 세계일지라도 여탐정이 마음껏 활약하기에 작가의 앞서가는 감수성을 그 시대(1972년)가 감당하기 힘들었을 듯도 하다. ​ 원래 하드보일드의 세계란 그냥 탐정에게도 거칠고 힘든 법이다. 그런데 그 여탐정 상대가 스무살을 갓 넘긴 여성이라면 그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코델리아는 자신을 탐정이라고 밝힐 때마다 겪어야 하는 불신과 빈정거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능력으로? 아니면 자신감으로? 코델리아가 지닌 담력과 대처방법은 당당함에 있다. ‘여자가 탐정일을 하다니, 무섭지 않나요?&quot이런 질문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여자가 혼자 여행을 하다니, 무섭지 않나요? 여자가 혼자 밤길을 가다니 무섭지 않나요?’여자가 이런데서 혼자 술을 마시다니 무섭지 않나요?‘​21세기에 20세기의 여탐정을 다시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여탐정 P.D 제임스가 살았던 세상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이런 의미인걸까? 시대가 변하지 않았기에 옛날 책을 읽어도 옛날 책이 아닌 것이지. ​;은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장치를 완벽하게 담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다 작가의 문학 애호 취향과 풍부한 배경 묘사, 상대의 심리를 읽으려는 대사 처리가 추가되어 있어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를 원하는 성미 급한 독자들은 자칫 책을 집어던지게 만들 우려가 있다. 그러나 속도감보다 디테일을 추구하는 취향이라면 이 책은 여탐정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공교롭게도 코델리아 시리즈에서의 희생자들은 젊은 남성들이었다. 그리고 그 남성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건 코델리아의 몫. 사실 진짜 벌받을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코델리아 시리즈가 2탄으로 마무리된 이유는 548쪽에 나온다. 코델리아가 스스로 시리즈의 문을 닫아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전지전능한 작가라 해도 코델리아 그레이를 3탄으로 소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예민한 여성이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면 神도 어쩌지 못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