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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행복하게 하는 제자들 /고문희

12,665 2008.10.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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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행복하게 하는 제자들

강원도민일보 2008년 05월 13일 (화) 고문희

▲ 고 문 희
강릉여성인력개발센터관장

5월이 좋다. 적당히 푸르른 하늘과 건조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공기며, 꽃보다 아름답고 싱그러운 신록이 있어 그렇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5월을 더 기다리는 나는 전직이 초등학교 교사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초등학교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자기가 먹을 과자며, 자기가 좋아하는 예쁜 수첩 같은 것이랑, 때로는 기막히게도 화장대에 놓인 엄마 목걸이도 가져와선 한사코 담임선생님께 드리고 싶다 한다.

당황스러워진 나는 이럴 때 “지금 선생님께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네 마음은 참 고맙지만, 정말 좋은 선물은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거야.” 하며 넌지시 타이르곤 했다. 그런데 내게는 정말 어른이 되어서 찾아 주는 제자들이 많다. 벌써 40대 후반이 된 제자도 있고, 아직 학생인 제자도 있다.

나에겐 이들 졸업생과의 추억이 많다.

중학교 입학해서 맞이한 첫 번째 스승의 날, 6학년 담임한테 먼저 꽃 달아드리겠다며 이른 아침 대문을 두드리던 아이, 대학 합격 후 단체로 찾아와 ‘절 받으세요’ 하던 제자들, 군에 입대한다며 찾아온 제자들도 있었다.

또 친정에 왔다가 찾아온 제자, 가족을 데리고 와서 아내와 자식들을 인사시킨 제자도 있고, 동창들과 술을 마시며 즐거이 휴대폰으로 연락하는 제자들, 때마다 명절마다 문자 메시지를 날려주는 제자들, 어린이 잡지에 실렸던 글이 지금도 자랑스럽다는 등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제자들도 있다.

그리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지금도 자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라고 말한다는 제자들도 적지 않다.

신설 학교에 부임한 나는 어느 졸업반을 3 년간 담임했고 또 어떤 졸업반은 2 년간 담임했었다. 이후 실향민들이 살고 있는 속초 청호동에서 4학년 담임을 맡았던 적이 있다. 그 곳 사람들은 단결력과 생활력이 강하다고들 얘기한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서인지 정말 청호동 아이들은 단결력이 강하고 솔직했다.

청호초등학교 졸업생들은 그 때문인지 특별히 동창회 활동을 결집력 있게 잘 운영해 가고 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월 1회 모임을 갖고, 멀리 있는 친구들과는 지역을 옮겨가면서 가족 모임을 갖곤 한다. 그들은 모교에 급식비 지원도 하고 가끔씩 장학 사업도 하고 있다.

7 년 전 김현천 회장 시절, 그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담임 모두를 초대하여 가족 체육대회를 열었다.

어른이 되어 있는 제자들과 함께 감동의 하루를 보냈고, 소식도 모르고 지내던 예전 동료까지 만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

그 날 이후 그들은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면 모든 담임들에게 작은 꽃바구니와 속초의 명품 단풍빵 1 상자씩을 보낸다. 동문회 소식지도 매월 빠지지 않고 보낸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감동을 주는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기억해 주고 찾아오는 제자들은 많지만, 당시의 담임 선생님 모두에게 이렇게 해마다 편지와 꽃과 선물을 보내는 제자들은 세상에 청호초등학교 21 회 졸업생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뒤에도 담임했던 제자들이 많다. 오래 전에 담임했던 제자일수록 나이가 많으니 함께 기억하는 추억 역시 떠올릴수록 새삼스럽고 의미 또한 깊어 간다. 아직은 나이 어린 졸업생들은 나이가 많아지면서 추억이 더욱 쌓이겠지.

5월 중순이다. 지금처럼 부드럽고 반짝이는 어린잎의 색깔이 짙어져 갈 때면 나도 모르게 달력을 바라보며 깊고 아름다운 생각에 잠긴다.

5월은 어찌 이토록 깊이 행복감에 젖어들게 하는지….

댓글목록

동문님의 댓글

동문 이름으로 검색 2008.10.18 00:00

역쉬 멋진 후배 21회 참 고맙구나<BR>청호동만이 느낄 수 있는  따뜻한 .........................<BR>이런 글을 접하는 나 자신이 뿌뜻하고 청호초교 출신이라는 것에<BR>자랑스럽게 여겨 짐니다<BR>우리들의 고향 청호동 아바이마을 우리들이 먼저 잘 가꾸어 사랑하는<BR>자식들에게 물려 주는 자랑스런 애미,애비가 되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