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한민국의 어떤 탈 것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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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사람 허리 깊이로 땅을 파고 창과 출입구를 지상에 내놓는 방식의 토굴 같은 집을 짓고 살았는데, 해일이 오면 떠내려 갈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아바이 마을에서 속초의 중심지인 중앙동으로 나오려면 청초호를 배로 건너는 게 차로 돌아서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이 배가 사람의 힘으로 운행하는 도선인 ‘갯배’다.
쇳줄을 청초호 양안에 연결하고 뗏목 모양의 철제 도선을 쇳줄에 연결한다. 손님이 모이면 사공이 철선 갈고리를 쇳줄에 걸어서 잡아당기기 시작하고 3~4분이면 건너편 선착장에 닿게 된다. 갈고리를 당기는 일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므로 사공 대신 손님들이 당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운행거리는 원래 폭이 90m쯤이었지만 신항만 건설로 신수로가 생기면서 40m로 단축되었다고 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갯배의 승선료다. 성인 기준 편도 200원으로 대한민국의 어떤 탈 것보다 싸다. 매표소가 있긴 하지만 표를 제대로 사는지 어쩌는지 감시하는 눈도 없고 동네 사람들은 그냥 타고 다니는 분위기다. 그래도 표에 드는 인건비며 인쇄비가 나올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바이 마을의 함경도식 음식을 먹으러 수퍼마켓 ‘은서네집’에 가보기 위해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꽤나 들썩거리는 곳이니까. 냉면(특히 가자미회냉면), 막국수, 순대(아바이왕순대, 아바이오징어순대, 명태순대)는 또 얼마나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당겨 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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