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실향민 문화

속초의 문화상징 50선 - 실향민의 밥도둑 식해

582 2017.03.27 14:31

본문

KRDYA30.jpg

 

 

  밥도둑이라고 했다.

  우리 속초에서 젓갈과 식해는 식단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젓갈에 무채,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등 양념을 버무린 다음 조밥을 섞어 삭히면 식해가 된다. 식해의 한자어 중 해(醢)가 젓갈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식해는 젓갈의 일종으로 여기고 있다. 식(食)이라는 낱말이 밥의 의미도 있기 때문에 식해는 밥을 넣은 젓갈을 뜻한다. 조선 궁중요리 전승자이면서 여러 지역의 지방요리를 조사하는 데도 종사한 경험이 있는 황혜성은 식해를 「한번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짜낸 생선토막을 조밥이나 쌀밥과 엿기름, 고춧가루와 함께 버무려서 절임을 해 발효 숙성시킨 것이다. 동해안 지역인 함경도, 강원도에서 많이 만든다」고 정의했다.

  식해는 발효숙성기간이 짧아 절인 후 며칠 안에 먹을 수 있다. 식해의 종류로는 가자미식해, 명태식해, 도루묵식해 등이 있다. 가자미식해는 주로 겨울철에 만드는데 함경도 가자미식해는 조와 엿기름, 소금, 가자미, 무, 생강, 고추, 마늘을 넣었다. 또 함경도 도루묵식해에는 멥쌀과 엿기름, 소금, 도루묵, 생강, 고추, 마늘이 섞인다. 이외에도 청호동에서는 횟대기식해를 많이 담가 먹었는데 가시가 많았다고 한다. 소금국을 젓물 또는 지리국이라고 하는데 횟대기 지리를 이북사람들이 명절이나 마을잔치에 많이 해먹었다고 한다. 깍두기에 서거리를 넣어 삭혀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식해는 아니지만 겨울 김장철 김치 속에 명태와 아가미, 서거리(아가미덮개)를 넣어먹는 함경도식 김치도 별미다. 폭설이 내린 어느 날 김장독에서 꺼낸 김치에서 묻어나오는 그 속들이 삭아서 내뿜는 청량한 맛이란 먹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는 오묘한 맛이다.

  식해를 주로 만들어 먹는 지역은 동해안의 함경도와 강원도다. 추운지역인 함경도는 전통적으로 벼농사가 발달하지 못했고 태백산맥이 바다 가까이 있는 강원도 동해안은 논농사에 적합한 토지가 적어 밭농사로 잡곡을 짓는 지대가 많다. 동해안은 원료를 입수하는 문제 때문에 식해를 곧잘 만든 지역이었을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속초가 국내의 대표적 가자미식해 생산지가 된 것도 많은 함경도 피난민이 속초에 정착한 후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해 한 집 두 집 담가 먹기 시작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렇듯 벼농사가 되지 않는 이들 지역에서는 벼 이외에 밭작물인 조를 사용한 식해가 자연스레 발달했을 것이다. 조에는 차조와 메조가 있는데 차조는 메조보다 열매가 작고 빛깔이 훨씬 누르며 찰기가 있고 메조는 알이 굵고 노르며 찰기가 적다.

 

- 속초의 문화상징 50선 (속초문화원, 2012년 12월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