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실향민 문화

속초의 문화상징 50선 - 함흥에는 없는 함흥냉면

946 2017.03.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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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경도 실향민들에 의해 뿌리 내린 속초의 대표음식 중 하나로, 생선회를 곁들여 비벼 먹는 함흥식 냉면이다. 원래 ‘함흥냉면’이란 이름은 없었으나, 함경도 실향민들이 평양냉면에 대응해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는 함흥냉면이란 용어는 없고 함경도의 특산음식으로 감자농마(전분)국수가 있다. 한국전쟁으로 속초에 정착한 함경도 실향민들이 이 감자농마국수를 계승․발전시켜 이름 붙인 것이 함흥냉면이다.

  함경도 감자농마국수도 지역에 따라 국수에 올리는 고명이 다르다.

  삼수, 갑산, 혜산 등 내륙에서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사용한 반면, 함흥을 중심으로 한 바닷가 지역에서는 가자미와 명태, 가오리회 등 생선회를 썼다. 함흥 일대의 농마국수는 회를 얹어 나오는 ‘회국수’와 회를 무쳐 나오는 ‘비빔국수’가 있다. 함흥냉면도 회국수와 비빔국수로 나뉘는데, 속초에서는 회국수를 알아줬다.

  평양냉면과는 면의 재료에서 차이가 난다. 메밀에 녹말을 섞어 쉽게 끊어지는 평양냉면과 달리 감자녹말을 사용해 면발이 질기고 오돌오돌한 맛이 매력이다. 면을 삶는 시간도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평양 냉면에 비해 매우 짧다. 더운 물로 반죽한 전분 덩어리를 국수틀에 넣고 면을 뽑아 끓는 물에 1분이 채 안 되게 순식간에 삶은 후 재빨리 찬물에 씻어 사리를 만든다. 다른 지역의 냉면은 대부분 메밀로 면을 뽑았는데, 함경도에서만 감자녹말을 사용해 지금의 함흥냉면으로 이어져 온 것은 메밀이 없었던 대신 상대적으로 감자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함흥냉면 전분으로 감자녹말 외에 고구마, 옥수수가루도 사용한다.

함경도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기질을 닮았다는 함흥냉면은 질긴 면 위에 생선회를 얹고 찬 사골 육수를 적당량 부어 매운 양념장으로 비벼먹는다. 속초에서는 초기에 생선회로 가자미를 주로 사용하였으나, 가자미 어획량이 적고 비싼데다 비린내가 나 쥐치와 가오리도 사용하였고, 80년대 이후부터는 대부분 명태회를 쓰고 있다. 명태회는 염절임, 초절임, 당절임 과정을 거쳐 만든다. 함흥냉면에는 고명으로 배, 오이, 소고기 수육과 소화를 돕는다는 삶은 달걀, 무김치가 필수로 들어간다.

  함흥냉면은 면발이 길고 질기다고 가위로 잘라 먹기도 하는데, 면을 자르지 않고 한 번에 들이키듯 이어 먹어야 제 맛이라는 이들도 있다.

  함흥냉면에는 소고기와 닭발을 삶아 만든 육수인 뜨끈한 ‘장국’이 따라 나온다. 장국으로 먼저 속을 달랜 후 냉면을 먹고 다시 장국을 냉면그릇에 부어 남은 양념까지 말끔히 헹궈먹는 것도 함흥냉면만의 독특한 먹는 방식이다.

  속초의 유명음식인 만큼 속초에는 함흥냉면 음식점이 50여 곳이나 된다. 속초 함흥냉면의 원조로 한국전쟁 중인 1951년에 문을 연 ‘통일면옥’과 ‘함흥냉면옥’을 꼽는다.

 

- 속초의 문화상징 50선 (속초문화원, 2012년 12월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