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아바이마을의 대표성>에 대한 생각

16,318 2010.06.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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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 아바이 마을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반갑습니다.
요즘 본 게시판에 오르내리는 글들을 보면 이해가 가는 면도 있지만, 한편 애석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립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대체로 청호동 한쪽 끝에 자리한 한두 곳의 식당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로 요약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 먹을거리는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만, 서울을 비롯한 먼 거리에서 동쪽 끝 속초까지 오셔서 순댓국 한 그릇, 오징어순대 한 접시에 마음 상해서 이런 저런 글을 올리시는 걸 보면 어딘가 청호동의 본질과는 어긋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아바이마을의 대표성>이 순댓국이나 오징어순대 같은 한 두 가지의 음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함경도 실향민들이 60여 년간 터 잡고 살아온 역사의 현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해서 입니다.
몇 천 원짜리 음식에 마음 두지 마시고, 이왕 오셨으니 청호동 골목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 분들이 황량한 모래땅에 판잣집으로 움막을 짓고 힘겹게 살아온 그 흔적들을 찾아 감상하시면서, 골목에서 만나는 노인들(피난 1세대)께 인사도 건네고, 위로의 말씀도 나누시면 어떨까 합니다. 북에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통일의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지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분들입니다.

이러한 아바이마을의 유명세(?)도 인터넷으로 인한 근래의 일들입니다. 게시판에 오르내리는 식당들도 수십 년간 그런 식으로 장사해 온 것이 아니고 모두 최근에 장사다운 장사(?)를 해보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 곳은 머지않아 청호동개발사업으로 헐리고 물류단지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앞으로 그 식당들뿐만 아니라 모진 바닷바람을 이기며 긴 세월을 버티어온 삶의 흔적조차 사라질 역사의 땅입니다. 함경도 실향민들이 생존을 위해 이룬 <아바이마을>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새로운 시각에서 봐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혹 아바이마을의 음식이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곳에 순두부, 막국수, 물곰탕, 생선찜, 생선회 등 속초를 대표하는 음식들도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직장 관계로 26여 년간 속초에 살다가 현재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시민입니다.

댓글목록

엄경선님의 댓글

속초를 많이 이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1박2일 촬영이 있기전에 속초는 탐방객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참 부끄럽네요.

경기도민님의 댓글

경선씨! 솔로몬이 말했다는, &lt;이내 지나간다&gt;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BR>그간 수고 많았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모습 보여주기 바랍니다.<BR>나는 늘 &lt;속초에는 설악산과 동해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청호동도 있다&gt;를 주장했던 사람이지요.

엄경선님의 댓글

누구신지 모르지만 저를 잘 아시는 듯해서 반갑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맡겨 현실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다만 단기적인 목표가 사라졌을 뿐이라 조금 공허합니다.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나선 만큼 조금씩 천천히 일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고맙습니다. 지켜보아 주십시오.